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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한파에도 우리집은 끄떡없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아무런 대비를 해 놓지 않았더니.. 드리더 터질 것이 터졌다.

우리집은 정남향 20층에 위치하고 앞으로 탁 트여 있어 햇살이 종일 비치는 집이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도 전혀 달지 않아 햇살이 고스란히 집으로 들어온다. 이런 한파에도 해가 좋은 한낮은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네변째 맞는 올 겨울.. 이만큼한 한파가 처음이었나 보다.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손을 씻으러 물을 트니 물이 안나온다.. 씽크대, 안방 화장실을 모두 확인했으나. 물은 소식이 없다. 


이런일은 처음이라...

물탱크 청소를 하나?

한파로 아파트서 물을 잠궜나?

말도 안되는 생각들만 했지.. 계량기가 얼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새벽 아파트 관리실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고, 전화할만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문의를 하니 

"계량기가 얼었네요. 방송 못들으셨어요? 물 틀어놓으 시라고..."

낮에는 나가 있으니.. 뭔 방송이 되는줄 알았나..

계량기를 드라이어로 녹이라 한다.. 골고루 녹여줘야 한다는 안내도 덧붙여 주신다..

우선 우리집 계량기를 보러 가는데...

양수기함이 두개다.. 어떤게 우리집꺼지? 가끔 위에 것을 열어보곤 했는데.. 우리집꺼인지는 확실치 않다.. 

관리실에 물어본다.. 호수를 확인하시더니 아래꺼라 하신다..

처음 우리집 양수기함을 열어본다..

스티로폼으로 잘 쌓여 있긴 한데.. 이번 한파를 견디기는 힘들었나 보다.

'그동안 챙겨주지 못해 미안.. 따뜻하게 해줄게.. 잠깐만 기다려' 하고는 드라이어를 찾는다. 예전에 엄마가 사주신 드라이어가 있었는데.. 집에 드라이어를 쓰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봐도 없다.

얼어버린 계량기를 드라이어 없이 어떻게 녹일까?

지난 가을 다리수술로 가끔 찜질팩을 쓰셔야 해서 사 놓은 찜질팩을 전자렌지에 뜨끈뜨끈하게 데워.. 계량기에 둘러 놓았다.

5분도 안되어 화장실에서 물나오는 소리가 좔~좔~~~~

계량기를 녹여준 찜질팩은 먼지로 엉망이 되었다. (비닐에라도 담아 하는 건데..)

작은 위기를 겪은 계량기는 입지 않는 옷으로 좀더 따뜻하게 해주고 문을 닫았다.


한파가 몇일은 더 이어진다고 한다.

따뜻한 집을 유지하기 위한 작은 챙김들. 오늘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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